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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템포러나이어티'를 정의하기: 행성성을 상상하기
테리 스미스(Terry Smith)
번역 : 곽승찬
우리는 오늘의 시간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동시대의 조건들 속에서 존재함이란 무엇인가? 오늘의 시간성(temporality)에 대한 이해는 (어떻게) 오늘의 세계상 그리기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필자는 동시대 건축의 속성을 연구하기 위한 역사적·철학적 밑 작업으로서 이와 같은 물음들에 관심을 가졌고, 오늘의 시간성으로 논의되는 컨템포러나이어티(contemporaneity)의 개념에 천착하게 됐다. 컨템포러나이어티는, 간단히 말하자면, “모던(modern) 이후의 시간을 컨템포러리(contemporary)로 이해할 때 그 시대적 속성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모던(modern)과 모더니티(modernity)가 변화한 시공을 온전히 포착할 수 없다는 인식의 확산 속에서, 컨템포러나이어티는 특히 1990년대부터 포스트모더니티(postmodernity)를 대신해 근과거부터 오늘날까지를 포괄하는 용어로 시각예술 담론에서 활발히 언급되기 시작했다.”(곽승찬, 김현섭, 「건축에서의 컨템포러나이어티에 관한 고찰」(2021))
그리고 피츠버그 대학교 미술사 및 건축사 학부의 앤드류 W. 멜론 컨템포러리 미술 역사 및 이론 교수(Andrew W. Mellon Professor of Contemporary Art History and Theory)이며 유러피언 대학원의 철학, 예술, 비판적 사고 분과의 교수인 테리 스미스(Terry Smith)는, 시각예술의 이론을 중심으로 컨템포러나이어티를 파고들어 온 핵심 인물 중 하나이다. 그는 스스로의 주요 연구주제를 “세계의 컨템포러리 예술과 거기에 포함되는 제도적이고 사회적인 맥락들”, 그리고 “다중 모더니티들(multiple modernities)과 모더니즘들(modernisms)의 역사들”, “컨템포러나이어티의 역사와 이론”으로 꼽는다. “근과거부터 오늘”의 예술을, 시대적 규명이라는 넓은 틀을 통해 살피는 것이 그의 학문적 기획인 것이다.
테리 스미스는 2009년에 출간되었고 2012년 한국어로도 번역된 "컨템포러리 아트란 무엇인가?(What is Contemporary Art)"에서 “모더니티의 종말 이후, 미술의 선택권”이 “동시대적이 될 것”밖에 남지 않았다고 진단하며, “동시대성 속에 있는 상황이 오늘날의 미술을 가장 깊이 형성”함을 주장한 바 있다. 이 책을 관통했던 문제의식은 일찍이 2001년에 그가 시드니 대학에서 진행했던 동명의 강의 내용을 발전시킨 것이다. 그리고 2014년에 "The Nordic Journal of Aesthetics"를 통해 출판된 본 논문 「컨템포러나이어티를 정의하기: 행성성을 상상하기(Defining Contemporaneity: Imagining Planetarity)」는 컨템포러나이어티를 미학적·철학적인 차원에서 정의하며 장소 만들기(place making)를 경유해 세계를 행성성(planetarity)으로 그려내는, 그의 최신의 이론적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테리 스미스는 저자와의 대화를 통해 이 글이 자신의 “전반적인 입장에 관한 가장 압축적인 진술(the most condensed statement of my overall position)”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본 번역에서는 영어 단어를 그대로 음차한 컨템포러나이어티, 컨템포러리, 모더니티, 모던 등의 표현을 사용하였다. 이는 컨템포러리가 동시대, 현대 등으로 옮겨지는 것처럼 컨템포러나이어티의 번역어 역시 동시대성, 당대성, 동시성, 현재성 등으로 혼재하는 상황에 기인한다. 본 번역을 통해 번역자의 특정한 입장을 제시하기보다 시간성에 관한 근래의 이론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공유될 수 있기를 소망하기에, 어느 독자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을 택했다. 반면, 세계하기(worlding) 개념은 국내에 ‘월딩’으로 음차하여 소개된 경우가 있으나, 본 논문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세계, 세계들, 세계상 등의 용어의 흐름에 맞춰 ‘세계하기’로 옮겼다. 마지막으로, 글의 또 다른 제재인 행성성(planetarity)의 경우, 본문에서 세계성(globality)과 대비되어 사용되며 “지구(Earth)”라는 직접적인 표현이 등장하기 때문에 ‘전지구성’ 등의 번역어를 미뤄두고 ‘행성성’으로 번역하였음을 추가로 밝혀둔다.
첨부파일 : 컨템포러나이어티를 정의하기_행성성을 상상하기.pdf
2023.08.22
202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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