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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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색과 인종
니나 G. 자블론스키(Nina G. Jablonski)
번역 : 이현지
색(色)은 우리를 둘러싼 많은 것을 설명해 줄 만큼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다. 특히 피부색은 우리가 인간을 볼 때 가장 먼저 파악되는 특성 중 하나로 인종에 대한 인지와 그에 대한 해석이 뒤따르게 한다. 심지어 같은 인종 내에서도 ‘피부가 하얘서 예쁜/잘생긴 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미적 판단까지 곁들이기도 한다. 얼마 전 국제 뉴스에서는 수영장에 들어온 흑인 아이에게 집단 린치를 가한 백인 아이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지금이 21세기가 맞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언제부터 피부색을 통해 미적 판단을 하고 가치 판단까지 곁들이게 되었는가? 그리고 피부색에 대한 우리의 판단 기준은 과연 얼마나 합당한가? 자문해 보자면, 역자를 포함하여 이 글을 읽는 독자는 피부색에 따른 암묵적 판단을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가?
본 논문은 인간의 피부색을 우월성과 열등함으로 분류하게 된 역사적 맥락을 되짚어 보고, 근거 기반의 과학연구에서조차 사라지지 않은 인종적 용어를 꼬집으면서 오늘날까지 뿌리 깊게 자리한 색 관념을 비판한다. 이에 덧붙여 인간의 피부란 결국 자외선, 계절성이 주요 요인으로 오랜 진화 수렴과정을 거쳐 형성된 유전적 작용 방식임을 속 시원하게 밝히고 있다. 자블론스키는 무조건적 혐오의 이면에 얼마나 많은 이해관계와 역사적 뿌리들이 얽히고설켰는가를 보여준다. 지식이라는 이름으로 무장한 허무맹랑한 추측들 말이다. 학문적 의심과 확인이 없는 ‘혐오’의 위험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피부색에 대한 차별은 ‘인권 존중’이라는 용어로는 부족하다. 가령 내담자가 사용한 검은색을 예술치료사가 부정적 스키마로만 해석한다면 의도치 않게 색의 도덕성이라는 오랜 악습을 되풀이하는 격이 된다. 가장 중요한 영역은 교육일진대, 본 논문에서 강조된 바와 같이 피부색의 근거는 스키마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초기 교육현장에서부터 체계적으로 제시되고 널리 공유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본 논문을 쓴 목적이자 역자가 번역한 이유다.
본문 중 부가 설명이 필요한 단어는 역자주를 첨부하였으며 독자가 읽기에 생소할 것으로 판단한 몇몇 단어는 원어를 함께 제시하였다. 아울러 본 논문 주제와 관련한 자료를 추천하고자 한다. 자블론스키의 번역서인 『스킨』은 본 주제에 대한 상세한 길잡이가 된다. 염운옥 선생님의 『낙인찍힌 몸』은 인종에 대한 편견을 역사적, 문화적으로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다. 이에 더해 이미 소설로도 잘 알려진 영화 <패싱(Passing)>은 본문에 나오는 ‘한 방울의 법칙’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될 것이다. 이 논문이 많이 알려지길 바라며 흔쾌히 번역을 허락해 주신 자블론스키 교수님과 연구를 지원해 주신 아카루트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저자 소개
니나 G. 자블론스키(Nina G. Jablonski)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의 에반 퓨(Evan Pugh) 대학 인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피부 진화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권위자로 정평이 나 있다. 생물학자이자 고생물학자인 자블론스키 교수는 영장류와 인간의 진화, 특히 환경에 대한 이들의 적응에 관해 연구해 왔다. 그녀의 연구는 인류의 피부와 피부의 색소침착이 생존을 위해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해 왔다는 것에 주안점을 두며, 이를 통해 인종 개념의 역사와 사회적 결과를 되살피고 있다. 또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더욱 과학적인 토대 위에서 인류의 진화와 인간의 신체적 다양성을 교육하는 것에 앞장서고 있다.
저자 참조: https://sites.psu.edu/ninajablonski/
원문 링크 :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8247429/
첨부파일 : 피부색과 인종_이현지.pdf
2023.08.22
202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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